심장독성 초래 3대 항암제, 독소루비신·에피루비신·허셉틴
면역항암제 쓴 뒤 '전격성 심근염' 탓 사망 환자 보고되기도
65세 이상·심장질환자·항암치료 기왕력자, 심장독성 위험↑
심장독성 평가·주기적 검사 등으로 심장병 악화 예방 가능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탈모, 구역, 구토 등이나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은데, 그 중 아주 심각한 질환이 있다. 바로 항암제 심장독성으로 인한 '심장병'이 그것이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정우백 교수는 '서울성모병원TV'에서 "구역, 구토, 탈모 등 잘 알려진 이상반응이 있는 반면에 심장독성 같이 쉽게 잘 알 수 없는 이상반응이 있다"며 "초기에 개발된 항암제 중 현재까지도 유방암, 난소암, 백혈병, 골육종 같은 치료에 사용되는 독소루비신, 에피루비신 같은 약제가 대표적으로 심장에 독성이 있어서 심부전을 일으키는 약제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까닭에 최근에는 심장종양학이라는 새로운 의학분야도 생겨났다.
정 교수는 "심장종양학은 암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암 환자의 심혈관계 이상 반응을 면밀히 관찰해 성공적으로 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관리하고 암치료 후 암 생존자들의 심혈관계 합병증을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심장학 분야"라며 "처음에는 잘 모르고 암 치료하는데 급급해 항암제를 열심히 쓰면서 치료하다가 어느 순간 환자가 숨이 차고 몸이 붓고 폐에 물이 차서 검사를 해보니 심부전이 발생된 것을 진단하게 됐고, 이 원인이 항암제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심장종양학"이라고 말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탈모, 구역, 구토 등이나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은데, 그 중 아주 심각한 질환이 있다. 바로 항암제 심장독성으로 인한 '심장병'이 그것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그렇다면 어떻게 항암제가 심장에 독성을 초래하게 되는 것일까?
정우백 교수는 "항암치료 방법이 암세포의 분화 과정에 작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암세포만 싹 골라서 죽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항암제가 암이 있는 부위에 선택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고 정맥을 통해 주입하는데, 이 항암제가 심장으로 우선 들어가야 심장의 펌프 작용으로 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퍼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퍼진 항암제 중 암세포에 도달한 약성분이 암세포를 죽이게 되는데, 정맥으로 주입된 항암제 중 상당량이 우선 심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중 일부가 심장의 근육세포를 죽이게 되면 심장독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심장에 독성을 초래하는 항암제는 세포독성항암제만이 아니라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모든 종류의 항암제가 다 포함된다.
정 교수는 "모든 항암제가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재까지 심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약제로 잘 알려진 것은 독소루비신, 에피루비신 같은 세포독성항암제가 있고, 허셉틴 같은 표적치료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가 전격성 심근염을 유발해 환자가 사망한 경우가 보고돼 전 세계 종양내과 전문의의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라고 짚었다.
이어 "어떤 약제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일일이 예를 들기가 어렵다. 한 가지 약제가 한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항암제도 단독요법보다 여러가지 약제를 병용해 투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제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항암치료로 인해 심장독성에 취약한 환자가 있는데, 항암제에 대한 유전적 감수성이 큰 환자이다. 실제 같은 항암제를 사용했는데, 어떤 환자는 심장독성이 발생하고 어떤 환자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유전적 감수성이라는 것이라고 정우백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항암제에 대해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같은 용량의 항암제를 써도 손상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어떤 유전자로 인해 이런 차이가 나는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전자 이외에 항암제에 대한 심장독성 위험이 높은 또 다른 암 환자들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표적인 항암제 심장독성 위험이 높은 사람은 65세 이상의 연령, 이미 진단된 심장질환자, 이전에 항암치료 기왕력이 있는 암 환자들이다.
정우백 교수는 "기존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과 같은 심장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이미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장판막질환, 심부전 같은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항암제가 추가로 손상을 유발하게 되면 나빠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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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근에는 암 치료 후 생존율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암을 치료하고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에 다른 암이 새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또다시 시작하게 되면 심독성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항암제의 심장독성으로 어떤 문제가 심장에 잘 나타날까?
정 교수는 "항암치료로 인한 다른 심혈관계질환으로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 부정맥, 폐고혈압이 있다"며 "고혈압이 없던 환자가 항암치료 후 혈압이 갑자기 상승한다거나 항고혈압 약제를 복용하면서 잘 조절되던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는 경우에 '항암제 유발 고혈압'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정맥도 항암제 심장독성으로 잘 나타나기 때문에 항암치료 중에는 심전도를 정기적으로 찍어서 확인해야 한다. 또한 트로포닌이나 CK-MB, BNP 같은 심장효소검사를 하는 것도 항암제의 심장독성을 조기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정 증상이 항암제의 심장독성 증상이라 할 수 없는 데다 항암치료 중 '가슴이 답답하다', '두근거린다', '기침이 난다' 등 여러가지 증상을 호소해도 실제 심장기능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장기능검사보다 심장효소검사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항암치료 환자에게 심장독성의 위험이 잘 알려지면서 최근 항암치료가 예정된 모든 환자를 종양내과, 심장내과, 전문간호사, 영양사 등이 모여서 치료 전의 심혈관 위험 인자를 평가하고, 사용 예정인 항암제의 심장독성에 따른 중간 평가 계획을 상의해 치료 중 어떻게 심장 기능을 평가할 것인지 계획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우백 교수는 "치료가 종료된 후에도 일정 기간 추적 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약제에 따라 각각 심기능 평가 프로토콜이 제안돼 있다. 유방암 환자를 예를 들면 치료 전에 나이, 고혈압, 당뇨병, 기존 심질환 등 위험인자를 평가해 심장독성 발생의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한 위험군에 따라 어떤 약제를 쓸 것인지를 계획한 다음 심장기능평가 계획을 미리 세우고 이에 따라서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암치료 종료 시점에 모든 검사가 정상일 경우, 추적검사는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에 따라서 3개월이나 6개월 내지 1년 뒤에 다시 검사한다. 저위험군과 중간위험군은 1년 후 재검사를 하고, 고위험군은 3개월, 6개월 후 재검사를 한다.
정 교수는 "각각의 암마다 사용하는 항암제나 항암치료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고 항암치료를 하는 종양내과나 외과 전문의와 심장 기능을 평가하는 심장내과 전문의의 통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심장독성이 발생한 암 환자는 항암치료를 포기해야 할까? 그것은 아니다.
정우백 교수는 "일단 발생한 심장독성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항암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물론 사용하는 약제의 용량이나 투약 스케줄을 조정하고 다른 약제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치료 계획의 변경은 심장독성뿐만 아니라 간독성, 신독성 등 다른 장기에 발생하는 이상반응에서도 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심장독성을 우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현재 암 환자가 항암제로 인한 심장독성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심장독성으로 인해 심각하게 심장병이 악화되는 것은 예방이 가능하다.
정 교수는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항암제로 인한 심독성 100%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항암제로 인한 심장의 손상이 심부전으로 진행해 일상생활을 제한하거나 암 치료 후 심부전 환자가 돼 심장치료를 평생 받는 것은 예방할 수 있다"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위험 인자 즉,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과 같은 질환을 잘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미 심장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항암치료 후 치료 과정 전반에서 심장 기능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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